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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년 후백제 견훤이 신라를 침입하였고, 경애왕(景哀王)에게 자살을 강요하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경애왕의 동생뻘인 ‘부(傅)’를 왕으로 삼았으니 그가 곧 신라 56대 마지막 왕인 경순왕(敬順王, 재위 927∼935)이다. 경순왕은 이미 신라의 땅이 모두 다른 나라의 소유가 되었고, 국력은 약해져 도적이 들끓으니 도저히 나라를 지탱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여 935년 10월 고려 태조에게 항복하였다.
왕건은 경순왕을 자신의 장녀 낙랑공주와 혼인하게 하여 개경에 거주하게 하였고, ‘신라’를 고쳐 ‘경주’라 하고 경순왕의 식읍으로 삼게 하였다. 망국의 왕으로 살아가던 경순왕은 978년 음력 4월 4일 마침내 개경에서 승하한다. 당시 경순왕의 후손들과 신라의 유민들은 왕의 장례를 고향인 경주로 가서 지내려고 하였지만, 고려 조정에서는 경순왕이 태조의 딸과 결혼한 왕족이니 개경 밖 100리 이내에 장사를 지내야 한다고 통보하였다. 따라서 개경에서 80리 떨어진 현재의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무덤을 세우게 된다.
무덤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자취를 감추었다가 조선 영조 때 지석이 발견되어 무덤을 새로 쌓았다. 그 뒤, 매년 3월 1일과 10월 1일에 제사를 지내고, 관군에게 능을 지키도록 하였다. 하지만 한국전쟁 후에는 수십 년간 돌보는 사람이 없어 다시 한번 무덤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으나, 1970년대 군 병사가 잡목 숲속에 쓰러져 있는 묘비를 발견하여 국가사적 244호로 지정되었다.
현재 무덤은 민통선 내 남방한계선의 200m 전에 위치한다. 동향인 구릉의 정상에 자리하며, 직경 660㎝, 높이 200㎝의 규모이다. 형태는 32매의 초석을 두른 원형 봉분으로 고려시대 왕릉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곡장으로 무덤 좌·우·후면이 감싸져 있다. 이러한 곡장의 설치를 통해 고려 왕실이 왕의 예로서 경순왕의 무덤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묘 앞에는 410㎝의 간격을 두고 2단의 계체석을 갖추고 있으며, 하단의 계체석에 상석, 묘표, 장명등, 석양, 망주석 등의 석물이 놓여 있다. 석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상석은 높이 23㎝, 너비 103㎝, 두께 44㎝의 규모이다. 묘표는 비좌와 월두형(月頭形)의 비신으로 구성되었으며, 비좌는 높이 19㎝, 너비 90㎝, 두께 60㎝이고, 비신은 높이 104㎝, 너비 47㎝, 두께 17㎝이다. 비신 전면에는 세로로 『新羅…敬順王之陵』의 비문이 새겨져 있다. 비신에는 5곳에 탄흔이 남아 있는데, 이 중 1개는 ‘敬’자에 남아 있다. 좌측 상단도 탄흔으로 약간 파손된 상태이다. 장명등은 백색 운모화강암으로 제작되었는데, 높이 160㎝이며, 사방으로 화창석(火窓石)이 설치되어 있다. 석양은 석호(石虎)와 더불어 보통 두 쌍씩 설치되지만 경순왕릉에는 석양만 1쌍 있다. 좌측의 것은 높이 52㎝, 길이 123㎝로 돌이끼가 있고, 목 등에 탄흔이 남아 있다. 우측의 것은 높이 60㎝, 길이 115㎝로 돌이끼가 있고, 좌측의 귀와 엉덩이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어 있다. 망주석은 2기가 있으며, 좌측의 높이는 160㎝이고, 우측의 높이는 145㎝이다.
이 외에도 현재 경순왕릉의 입구 좌측에는 신도비와 제사를 위한 재실이 마련되어 있다. 이 중 신도비는 원래 마을에 방치되어 있던 것을 고랑포 초등학교에 가져다 놓았다가 이곳에 옮겨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 풍화로 훼손이 심해 10자 내외의 글자만 알아볼 수 있으며, 글자 간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경순왕의 신도비라고 짐작만 할 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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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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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박물관, 2001, 『경기문화유적지도』 Vol. 3, p.211
- 경기도박물관, 2001, 『임진강』 Vol. 3 문화유적(2), pp.352~354
-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 2008, 『경기도 고구려 유적 종합정비 기본계획』,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경기도, pp.45~48
- 국립문화재연구소, 2000, 『군사보호구역 문화유적 지표조사보고서(경기도편), pp.564~565
- 연천군지편찬위원회, 2000, 『漣川郡誌』 上, pp.664~665
- 연천군·한국토지공사 토지박물관, 2000, 『연천군의 역사와 문화유적』, 토지박물관 학술조사총서 제8집, pp.578- 579
- 육군사관학교 화랑대연구소, 2007, 『文化遺蹟分布地圖 - 漣川郡- 』, p.301
-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검색어 : 경순왕릉(http://www.heritage.go.kr)
- 연천군 문화관광 검색어 : 경순왕릉(https://tour.yeoncheon.go.kr)
- 권현구·장성희, ‘경기 연천에 묻힌 신라 마지막 왕…망국·망향의 슬픔 간직’, 경북일보, 2013년 10월 18일자(https://www.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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